-
반응형
1900년대 초에 심리학을 연구하던 의사나 학자들은 주로 환자의 증상이나 기록, 통계적인 진단에만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융은 정신병자의 내면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고 인간의 마음이 와해될 때 나타나는 반응에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정상적인 마음이 병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게 되면서 프로이트에게로 이끄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후에 프로이트와 결별하게 된 융은 자신의 이론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 달리 '분석심리학'으로 부르다가 다시 ‘복합심리학'으로 정정했다. 개인의 정신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인지를 알아보려면 분석심리학을 창시한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을 이해해야 한다. 프로이트의 제자이자 친구인 융은 프로이트가 주로 비정상인의 심리에 관심을 가진 것과는 반대로 융은 심리학, 심리 치료, 종교, 신화, 사회 문제, 예술, 문학, 점성술과 비행접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융은 상징주의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프로이트가 무의식의 세계를 순전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한 데 반해 융은 집단 무의식으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융과 프로이트의 다른 점은 첫째 리비도의 개념이었다. 프로이트는 사람들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생리적 본능 에너지를 리비도라고 불렀지만 융은 의지의 생명력 모두를 리비도라고 부른다. 융의 리비도 개념이 프로이트보다 넓다고 볼 수 있다. 둘째로 프로이트는 개인 무의식을 융은 집단 무의식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셋째로 꿈의 해석에 있어서 프로이트는 어릴 적의 경험을 중요시했지만 융은 꿈을 현재와 미래를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마지막으로 인간관에 있어서도 두 학자는 견해를 달리하는데 프로이트가 인간 발달에서 결정론적인 인과관계를 중요시했다면 융은 인간의 주체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즉 융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인과적으로 설명하기보다 개인의 주체적 의지와 생명력의 문제로 설명했다. 융은 한 개인의 전인격적 심리 구조를 통틀어 사이키라는 말로 표현했다. 사이키는 그리스신화에서 에로스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프시케에서 비롯된 말로 심리, 영혼, 자신이라는 뜻이다. 사이키는 개인의 의식과 무의식 속에서 일어나는 사고와 감정, 그밖에 모든 심리 상태와 심리 과정을 포함한다. 융은 사이키가 '자아' '개인 무의식' '집단 무의식'의 세 가지로 구성되어 상호작용한다고 해석하였다. 개인 무의식은 현재 의식 속에 더 이상 남아 있지는 않지만 어떤 계기에 의해 쉽게 의식의 영역으로 떠오를 수 있는 자료의 창고 혹은 저장소를 말한다. 개인 무의식 가운데 중요한 내용 중 하나는 콤플렉스라고 부른 것으로 그것은 하나의 공통된 주제에 관한 정서와 기억 및 사고의 덩어리다. 가령 어떤 대상이나 사건은 심리적 덩어리가 되어 콤플렉스를 형성하는데 이 콤플렉스는 무의식의 영역에 있기 때문에 자신이 그것으로부터 얼마나 영향을 받고 있는지 모르고 행동하게 된다. 현재 우리가 아주 많이 사용하고 있는 콤플렉스라는 말은 융이 처음으로 개념화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콤플렉스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이지만 융은 그것이 항상 개인의 적응을 방해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반대의 경우로 뛰어난 업적을 쌓는 데 필수적인 영감과 에너지의 원천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집단 무의식은 인류의 보편적인 진화 경험의 저장소로서 성격 구조 중에서 가장 접촉하기 어렵고 깊은 수준에 존재하며 한 개인의 성격적 토대가 되기도 한다. 융은 집단 무의식의 심층에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전 인류에게 공통된 기억이나 이미지가 잠재해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사람은 뱀을 생리적으로 싫어한다. 뱀이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융에 의하면 뱀에 대한 이러한 혐오감은 옛 인류의 조상들이 파충류에게 습격당했던 당시의 기억 이, 유전자에 의해 지금도 우리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융은 정신과 의사로서 실제로 많은 분열증 환자들의 임상 치료를 하면서 그들의 꿈이나 망상 가운데는 현대인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태곳적이며 신화적인 상징이 등장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이와 같은 상징이 정상적인 사람의 꿈속에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집단 무의식의 존재를 확신하게 되었다. 기시감도 이 집단 무의식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즉, 처음 보는 것인데도 전에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든다거나, 처음 찾은 고장인데도 왠지 낯익은 곳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옛 조상들이 이미 경험했던 기억과 결부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융의 인기가 높은 것도 이 같은 문화인류학이나 종교, 오컬트, UFO에 이르기까지 규모의 장대함과 신비성은 융 심리학의 커다란 매력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보편적인 경험들은 우리 내부의 심상으로 나타나는데 융은 이를 '원형 불렀다. 융의 정의에 따르면 원형이란 어떠한 것이 만들어지게 되는 기본 모형을 말한다. 전 인류 공통의 기억이나 이미지의 모티브가 된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융이 말하는 무의식은 '개인 무의식'과 '집단 무의식'으로 나뉘는데 이 중에서 집단무의식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원형이다. 여러 개의 원형 가운데 몇몇은 매우 발달하여 있고 세력도 강한데 '페르소나’ ‘아니마' '아니무스' '그림자'와 '자기' 등이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페르소나, 아니마, 아니무스, 그림자, 자기 등의 '원형'과 앞서 소개한 '집단 무의식'을 통해 성격 구조를 이해하려 한다는 점이 융 심리학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페르소나는 본래 배우가 쓰던 가면을 가리키는 말로써 우리가 때때로 자신이 아닌 다른 어떤 것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쓰는 가면이라는 뜻이다. 즉, 사람들이 외부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얼굴을 가리는 가면과 같은 것이다. 페르소나는 연기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부딪치는 상황이나 사람에 따라, 그때그때의 요구에 맞추어 어떤 행동이나 태도를 취하게 된다.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는 가능한 페르소나를 축소하고 성격의 다른 부분을 발달시키는 것이 좋다. 아니마와 아니무스는 연결된 한 쌍의 원형이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양성의 특징과 성격을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서 여성의 성격은 남성적인 요소인 아니무스를 포함하고 있고, 남성의 성격은 여성적인 요소인 아니마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다른 이성을 좋아하게 되면 상대방에게 아니마 혹은 아니무스를 투영시킨다. 그러나 이 원형은 무의식의 영역에 잠재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의식하지 못한다. 단지 원형이 형태를 바꾸어 꿈이나 공상 속에 등장하는 것이다. 건강한 심리 상태를 위해서는 이 두 가지 원형이 우리 모두에게 나타나야 한다. 즉, 남녀 모두 자신의 성별에 맞는 성격을 기본적으로 가진 한편 동시에 남성은 여성적인 성격을, 여성은 남성적인 성격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림자는 가장 강력하면서도 잠재적으로 해로운 원형이다. 그것은 이전의 조상으로부터 진화하면서 지녀 온 원시적인 동물 본능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근본적인 것이다. 그림자에는 '개인적인 그림자'와 '보편적인 그림자'가 있다. 개인적인 그림자란 성격의 표면에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표면상의 성격을 보완해 주는 존재이다. 보편적인 그림자란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인간의 나쁜 측면을 말한다. 인간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드러날 수 있는 보편적인 악한 부분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부정적인 측면에서 볼 때 그림자는 인간의 어두운 측면으로서 다른 사람들과의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억압되어야 하지만 그림자를 무조건 억압하거나 그림자의 긍정적인 면을 표현하도록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아가 그림자의 힘을 조절하여 양쪽이 균형 있게 표현되도록 할 수 있을 때 그 사람은 생기 있고 활력적이며 열정적으로 된다. 융은 그림자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면, 약간의 동물적 본능을 표현하는 것이 사람을 생기 넘치게 하고 활력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중요한 원형은 '자기'이다. 융은 이것을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했다. 자기는 성격의 모든 면의 통일성, 통합성 및 전체성을 향해 노력하는 것을 말하며 자기가 발달한 사람은 자신과 세계가 조화되어 있다고 느낀다. 그러나 완전한 자기 인식이나 자기실현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 융은 우선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지식을 얻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훈련, 인내, 지속성 등 고된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자기 인식을 위해서 요구되는 또 한 가지의 필요조건은 성격의 모든 체계가 충분히 나타나고 발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중년 기에 가서야 비로소 발달하기 때문에 중년기는 인간의 성장 단계에서 심리적 건강을 성취하기 위한 결정적인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반응형'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릭슨의 이론-모라토리엄 : 불안한 청년기 (0) 2022.11.23 콤플렉스를 발판으로 삼는다-아들러의 이론 (0) 2022.11.22 삶과 죽음의 본능-에로스와 타나토스 (0) 2022.11.20 보고 싶지 않은 것은 보이지 않는 무의식 (0) 2022.11.20 정신분석의 창시와 무의식의 발견 (0) 2022.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