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11. 20.

    by. Jin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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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이트의 명저 ‘정신분석 입문’에는 아래와 다음과 같은 예화가 실려 있다. 옛날 어느 곳에 권태기를 맞이한 남편은 아내에게 애정이 식기 시작하여 아내로부터 받은 책을 어딘가에 넣어 두고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가끔 그 책이 필요해서 찾아보았지만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병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헌신적으로 간호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남편은 매우 감격하게 되었다. 그 후, 무심코 열었던 책상 서랍에서 잃어버린 책을 찾을 수 있었다. 심층심리학을 조금이라도 접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착오행위'라는 현상 때문이다. 남편이 책을 서랍 속에 넣어 두고도 발견하지 못한 것은 아내에 대한 무의식적 혐오감으로 인해 쉽게 발견할 수도 있었던 책을 무시해 버렸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남편이 책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아내로부터 받은 책 따위는 발견하고 싶지도 않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자기의 어머니에게 헌신적인 아내의 모습을 보고 마음속에 갖고 있던 혐오감이 사라진 순간 마침내 그의 착오행위가 해제되었던 것이다. 위와 같은 사례는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직장인 D씨는 업무를 하면서 너무나 많은 실수를 저지르곤 했다. 메모를 하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툭하면 자료를 어디에 두었는지 찾을 수 없는가 하면 상사가 지시한 것을 새까맣게 잊기 실수투성이였다. D씨는 정신과 병원에서 진료받으면서 직장에서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가 상사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일하는 스타일이 상사와 너무나 달랐는데 그가 지시를 내릴 때마다 겉으로는 알겠다고 대답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그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 실수의 원인이었다. 또 다른 회사원 G씨는 갑자기 목의 상태가 나빠져 목을 오른쪽으로 돌릴 수 없게 되었는데 검사를 해도 특별한 이상이 나오지 않았다. 실은 그의 오른쪽에는 상사가 앉아 있었는데 무모하고 거친 데다 고약한 사람이었다. G씨는 마음속으로 상사를 미워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서 좋을 게 없고, 무엇보다 업무에도 지장이 있을 터였다. 그래서 마지못해 호의적으로 대하고 있었는데 그 시점에서 목을 돌릴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이것을 프로이트 이론으로 해석하면 회사원 G씨는 오른쪽에 있는 상사를 싫어하는 마음을 무의식적으로 억압해 버렸기 때문에 그것이 신체의 증상으로 나타나 '상사가 있는 오른쪽으로 목을 돌릴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프로이트는 이처럼 무심코 드러나는 행위나 증상 속에 인간의 본심이 숨겨져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남의 이름을 잊거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등의 행동은 결코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실수도 하나의 심리적 행위이다. 심리란 마음의 작용과 상태를 의미하고 행위는 의지를 가지고 하는 것이다. '실수는 심리적 행위'라는 말은 그것이 결코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님을 뜻한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을 배제하고는 의식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대부분이 무의식적인 동기에 지배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의식을 토대로 하여 인간을 이해하려는 것은 일부로써 전체를 파악하려는 행위가 될 수 있다. 프로이트가 마음의 구조를 '무의식' '의식' '의식'의 세 가지 구조로 나눈다. 이 구조는 다시 '원초아' '초자아' '자아'라는 퍼스낼리티 구조로 발전해 간다. '원초아'는 무의식의 깊은 층에 있는 본능적 충동을 말한다. 이것은 '쾌락 원리'에 의하여 행동하기 때문에 불쾌한 것은 피하고 쾌락만을 추구한다. 갓 태어난 아기는 거의 원초아의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원초아를 조종하는 것은 '리비도'이다. 리비도는 본래 라틴어로서 '욕망'을 뜻한다. 리비도는 인간이 갖고 있는 생리적 욕구, 즉 기본적인 생명의 에너지로서 정신분석학에서는 인간 행동의 밑바탕을 이루는 생리적 욕망으로 표현한다. 생리적인 욕구가 내부로 향하는지 아니면 외부로 향하는지에 따라 자아리비도'와 '대상 리비도'로 나뉜다. 자아 리비도는 자기 자신에게 주입된 리비도로서 '나르시스적 리비도'라고도 부르는데 '심기증'의 원인이 된다. 심기증은 자기 몸과 마음에 끊임없이 관심을 집중하며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있어 보이면 병에 걸렸다고 믿는 것이다. 신경증과 신경분열증,조울증과 같은 여러 증상을 동반하기 쉽다. 대상 리비도는 자신 이외의 타인을 향하게 되는데 부모와의 정, 연애,우정 등이 이에 속한다. 리비도는 이 두 가지의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욕망이 만족을 향해 움직일 때 나오는 에너지를 의미한다. '초자아는 상위자아라고도 부르며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 훈계받거나 학습을 통해 축적된 윤리나 도덕에 의해 형성된 양심이나 이상과 같은 부분이다. 주로 부모나 교사의 칭찬이나 처벌을 통해 내면화되는데 칭찬받는 행동이 좋은 행동, 이상적인 행동으로써 각인되는 것이다. 초자아는 '도덕적 원리'를 따르기 때문에 개인의 행동에 대해 내부로부터 선악의 판단을 내려서 항상 올바른 행동 방향으로 움직이려고 한다. 우리가 이른바 '나쁜 짓'을 하려고 할 때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양심의 소리 혹은 죄책감 등의 감정은 초자아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이것은 부모의 도덕 기준이 자식에게 내면화된 것이라고 하는 견해도 있지만 조상 대대로부터 내려오는 것이라고 보는 입장도 있다. 다른 말로 자아 이상 이라고 부르는데 좋은 행동을 했을 때 자존감을 높여 주기도 한다. '자아'는 '현실 원리'를 따르며 오로지 쾌락만을 추구하려는 원초아와 도덕적으로 행동하려는 초자아 사이에서 조정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예로 여성의 관점에서 보면 남자 중에는 확실히 늑대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런 남자라 해도 미녀를 보는 순간 맹목적으로 덤벼드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여성을 보는 순간 가장 먼저 원초아가 튀어나와 “야, 무척 미인이군. 저 여자를 정복하고 싶다”고 생리적 욕망을 불태운다. 그러면 순간 초자아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절대로 그 여자에게 손을 대서는 안 돼!"하고 정면에서 금지한다. 이처럼 정반대되는 방향으로 나가려 하는 원초아와 초자아 사이에서 자아는 현실을 감안한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낸다. “여자를 덮쳐서는 안 돼! 그대로 놔두고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눈으로만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이 오히려 실리적이야" 하는 식으로 조정을 꾸미는 것이다. 한마디로 원초아는 본능을, 초자아는 도덕과 이상을 자아는 현실을 대변하는데 그중에서도 자아는 항상 대립 관계에 있는 원초아와 초자아 사이에서 조정해야만 하는 괴로운 존재이다. 만일 양자 간의 조정에 실패하는 날이면 마치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서 곤욕을 치르는 아들 격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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