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11. 26.

    by. Jin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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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학 용어에는 '셀프 핸디캡'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자신에게 핸디캡을 줌으로써 어떤 일에 실패하거나 또는 욕구가 충족되지 못했을 경우에 그 충격을 완화해 주는 일종의 자아 방어 수단이다. 예를 들어 지능 테스트를 실시하기 전에 "지금 당신의 컨디션은 어떻습니까?" 하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람이 별로 좋지 않다고 대답한다. 이것도 일종의 셀프 핸디캡이다. 자기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미리 알려 두면 지능테스트의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하나의 핑계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긍심이 있게 마련이다. 그 자긍심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으며, 자긍심이 무너지는 것을 매우 두려워한다. 셀프 핸디캡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자긍심을 지키려는 심리적 메커니즘이며 사람들은 그것을 모든 면에서 활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1978년,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버글래스와 존스는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가지 실험했다. 그는 학생들을 A, B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눈 뒤 A그룹에는 쉬운 문제를 풀게 하고 B그룹에는 어려운 문제를 풀게 했다. 첫 번째 시험이 끝난 후 참가자들에게 두 종류의 약을 주었는데 하나는 집중력을 높이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참가자들은 다음 시험을 치기 전에 두 가지 약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결과는 정반대여서 A그룹은 집중력이 높아지는 약을, B그룹은 집중력이 떨어지는 약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했던 B그룹의 학생들은 다음 시험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여 미리 지적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약을 먹음으로써 시험에 대한 핑곗거리를 만든 것이다. 불만의 대응 방법 가운데에는 '다시 시작하는' 재출발의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영어 단어를 암기할 때 왠지 잘 외워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일단 휴식을 취한 뒤에 공부를 계속하기도 한다. 하지만 휴식이 끝난 다음 앞엣것을 이어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와 같은 행동은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감으로써 지금까지의 욕구불만을 깨끗이 해소할 수 있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영어 단어를 암기할 경우, 처음 두서너 장 정도는 비교적 쉽게 외울 수 있지만 차츰 단어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기억하기가 어려워진다. 이와 같은 곤란, 즉 욕구불만을 가급적 뒤로 미뤄 놓기 위하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사실 재출발을 하기로 마음먹는 시점까지는 아직 완전한 욕구불만에 이르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앞으로 욕구불만이 심화할 것 같은 예감이 들면 그것을 회피하거나 뒤로 미루겠다는 심리에서 이처럼 '다시 시작하는 과정을 밟게 된다. 이것은 '부정'이라는 자아 방어기제의 하나이다. 어떤 목표가 중간 단계에서 잘 되어가지 않을 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함으로써 시간을 벌고 좌절을 피하려는 것이다. 일이든 연인이든 삶에 있어서 전혀 불만이 없는 최상의 상태란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완전을 추구하여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노력을 포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주위를 살펴보면 주기적으로 직장이나 연인을 바꾸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은 언젠가 닥칠지 모를 욕구불만을 차단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미리 해 두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일이든 고비는 있게 마련이다. 직장생활에서도 자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거나 도저히 함께하기 힘든 상사를 만나는 등 어려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연인과의 관계에서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초기의 열렬했던 마음과 달리 각종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럴 때 직장을 바꾸거나 사람을 바꾼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어떤 일을 문제 상황 속에 있게 한 '나 자신을 먼저 바꾸지 않는다면 새로 출발한 뒤에도 일정 시기가 지난 뒤에 또다시 비슷한 문제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속성을 무시하고 늘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변덕스러운 기질의 소유자는 욕구불만을 참고 견딜만한 인내심이 부족하며 그 상태로는 무엇 하나도 제대로 이루어 내기가 힘들다. 어떤 일이 잘못되어 갈 때 툭툭 털고 새로 시작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현재 실패의 원인을 냉철하게 파악하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말리면 더하고 싶고 하지 말라고 말리면 말릴수록 더 해 보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이와 같은 인간의 심리를 잘 보여 주는 앗슈모어의 실험이 있다. 어느 대학의 학생에게 부탁하여 강연회를 기획하도록 했는데 강연 주제는 어떤 일이 있어도 경찰을 대학 구내에 불러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교생에게 이 강연회의 날짜와 시간을 알려 주도록 했다. 한편 대학 당국에 대해서는 이 강연회에 학생들이 절대로 참석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발표해 달라고 부탁했다. 며칠 후 강연회가 대학 당국에 의해 중지된 것을 알게 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더니 강연회 개최 사실을 알기 전에 비해 경찰의 구내 진입을 반대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학생들은 대학 당국이 강연회를 중지시켰기 때문에 '그 강연회는 대단히 중요하고 영향력이 큰 강연회일지도 모른다'는 확신을 가지고 그 강연 내용의 가치를 평가했다. 이 실험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생각한 앗슈모어는 이번에는 다른 대학을 설정하여 정반대의 입장으로 실험했다. 즉, '경찰을 대학에 구내에 불러들여도 괜찮다'는 주제로 강연회를 기획했다가 중지시켰다. 그런 다음 경찰이 대학 구내에 들어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더니 '찬성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 실험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어떤 일을 강제에 의해 금지당할 경우, 사람들은 그것을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 실험에서 나타난 것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자유를 빼앗길 염려가 있다거나 또는 실제로 박탈당하게 되면 금지된 것을 굳이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경향에 대하여 프레임은 '리액턴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본래 리액턴스는 물리학 용어로서 교류 때 나타나는 전기 저항을 일컫는다. 백화점의 광고 전단 등에 '오늘 하루만 세일! 이나 '100개 한정 상품'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는 것을 자주 보았을 것이다. 이것 또한 일부러 한정 조건을 내세워 고객의 욕망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처럼 리액턴스는 가끔 상업적으로도 많이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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