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12. 18.

    by. Jin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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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유명하고 잘나가는 여배우의 비보 소식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적이 있다. 그 무렵 그녀에게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의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여배우의 죽음은 의외의 사건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인기가 많았고, 출연한 드라마도 높은 시청률을 올렸으며 그녀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만한 부를 축적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죽게 만든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얼마 후 그 원인은 바로 '우울증'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재미있는 TV 프로그램을 봐도 왠지 전처럼 재미있지 않고, 별로 힘든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쉽게 피곤해지고, 기분이 울적하고 밤에 잠도 잘 오지 않는 증상이 몇 달 이상 지속된다면 혹시 우울증에 걸린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겪는 심리 장애 가운데 가장 잘 일반적인 것이 '우울증'일 것이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불릴 만큼 흔하게 나타나서, 어느 조사에 의하면 전체 여성의 15~25%, 남성은 전체의 10~15% 정도가 일생에 적어도 한 번쯤은 경험할 정도로 흔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우울증은 성격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데 주로 예민하고 의심이 많으며 매사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걸리기 쉬우며 외향적인 사람보다는 내성적인 사람, 청결한 것을 좋아하고 조용히 혼자 있게 좋아하는 사람이 우울증에 더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은 연인이나 가족 등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또는 학교나 직장 등 일에 있어서 실패했을 때 나타나게 된다. 사실 고통스러운 일을 경험한 뒤에 마음이 우울해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힘든 일을 겪으면서도 기분이 명랑하다면 어떤 의미에서는 그런 심리 상태가 더 위험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기분이 상식적인 범위를 넘어서 너무 오랜 기간 지속된다거나, 이유 없이 기분이 극도로 가라앉고 삶의 의미를 잃은 것처럼 무기력해지는 등 증세가 지나치게 심하다면 정상의 범주를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자신을 스스로 패배자로 생각해서 열등감과 절망감에 사로잡히기 쉬우며 자신감이 떨어지고 이유 없는 죄책감을 느끼며 인지 기능이나 사고에 장애를 겪기도 한다. 심하면 자살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우울증은 크게 '정신병적 우울증'과 '신경증적 우울증'으로 나뉜다. 정신 병적 우울증은 극도의 기분 저하와 수면장애, 식욕과 체중의 감소 등 신체적인 증상까지 동반되며 심한 죄의식과 환각 증세까지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 비해 신경증적 우울증은 환각이나 망상을 동반하지 않으며 비교적 그 증세가 가볍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적은 편이다. 한편 우울증을 '분노형 우울증'과 '비 분노형 우울증'으로 나누기도 한다. 분노형은 화가 치밀고 답답하며 신경질이 나다가 화가 가라앉으면서 우울함을 낀다. 비 분노형은 매사 귀찮고 우울해서 쉽게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알려져 있다. 우울증은 마음의 문제로 알려졌지만 최근, 만성적인 우울증이 암의 발병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의 페닝크스는 최근의 연구에서 '만성적인 우울증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그렇지 않은 노인들에 비해서 암에 걸릴 위험이 88% 높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만성 우울증이 정상적인 면역 기능을 억제해 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우울증을 겪는 환자들 가운데 약 80%가량이 자살을 생각하며, 15% 이상의 사람들이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다고 한다. 우울증은 비교적 흔하고 가벼운 질환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증세가 심해지면 사고력과 판단력에 문제가 생기고 사회생활이 어려워지며 여러 가지 행동 장애를 동반하는 등 심각한 상황에까지 이를 수 있다. 우울증 역시 근본적인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과 신경 생화학적 요인, 심리적이고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뇌신경과학의 발전으로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호르몬의 기능 이상으로 우울증이 올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호르몬의 기능을 올려 주는 약을 먹음으로써 우울증을 완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행복하고 즐거운 사람이 단순히 뇌의 신경계에 이상이 옴으로써 우울증을 겪게 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다. 우울증 역시 마음의 문제로서 정신분석 이론에서는 우울증의 근본적인 원인을 상실 때문이라고 본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는 물론 사회적 위치를 잃거나 자존심에 상처받는 것도 상실감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 된다. 이런 상실감을 지나치게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되면 우울증이 오게 되는데 어렸을 때 커다란 상실감을 경험한 사람은 그때의 감정이 다시 살아나 우울증을 겪기가 쉽다고 한다. 학습 이론에서는 우울증의 원인이 내부의 성격보다는 외부 환경에 있다고 본다. 즉,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직장, 학업 등에서 실패하게 되면 좋은 보상을 받을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매사 수동적으로 되고, 주위의 관심과 동정을 바라다가 그것이 여의찮으면 더욱 위축되고 고립되어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울증에 걸렸다고 해서 누구나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삶을 부정적으로만 사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헤르만 허세나 슈베르트, 고흐 등의 예술가들도 우울증에 시달렸지만 정신적 고통 속에서도 훌륭한 예술작품으로써 인류에게 커다란 선물을 남기고 갔다. 별다른 어려운 일이 없어도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오는 것만으로도 우울해질 수 있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또한 아무리 좋은 조건을 가진 사람이라도 평생 좋은 일만 겪으면서 살 수는 없다. 이런 점을 이해한다면 가벼운 우울증은 감기처럼 지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우울 증세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진다는 생각이 들면 좀 더 적극적인 치료를 받음으로써 심각한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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