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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컴하고 어두운 깊은 숲속에 혼자 있다고 상상해 보자. 혹은 사방이 훤하게 뚫린 들판에서 커다란 사자 한 마리가 당신을 바라보며 달려오고 있다면 어떨까? 이런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의 뇌와 공포의 관계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실험이 있다. 태어나서 한 번도 고양이를 본 적이 없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인데 잘 놀고 있는 쥐의 곁에 고양이의 털과 배설물을 놓아두면 공포로 인하여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공포는 본능적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조상으로부터 몰려 받은 공포의 경험이 쥐에게 각인된 것이다. 그러나 쥐의 뇌에 있는 편도체를 떼어내면 공포를 느끼지 못하고 심지어 위험한 뱀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공포를 주관하는 곳이 뇌의 편도체이며 공포라는 감정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두려움의 감정을 모른다면 뱀에게 다가간 쥐처럼 생존에 위협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일상생활 가운데 종종 불안을 느낄 때가 있다. 불안감은 자신이 적응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일에 직면했을 때 갖게 되는 불쾌한 감정이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일반화된 불안증의 형태는 자신이 무엇 때문에 불안한지를 모르는 상태로 나타난다. 이때는 숨이 차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긴장감과 함께 가슴이 답답한 신체적인 증상도 함께 동반된다. 사람들은 간혹 전혀 두려워할 상황이 아닌데도 이유 없이 공포를 느끼는 경우가 있다. 어둠이나 죽음, 질병과 같은 것들은 누구나 공포를 느끼는 대상이 되지만 공포 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비현실적이고 설명할 수도 없는 이유로 공포를 느껴 일상생활에까지 어려움을 겪는다는 특징이 있다. 공포증 가운데는 높은 곳에 올라가면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는 고소공포증, 비좁고 폐쇄된 엘리베이터와 같은 공간을 두려워하는 폐쇄공포증 등이 있는데 최근에는 소음 공포증, 목욕 공포증 등 그 종류와 대상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공포증을 치료하는 데는 공포의 대상에 자주 노출하는 '둔감화 기법'을 많이 사용한다. 공포의 대상뿐만 아니라 인간은 무엇이든 자주 대하는 것에 대해 둔감해진다. 목숨을 내놓을 것처럼 사랑하던 사람과도 막상 결혼하여 매일 얼굴을 맞대고 살다 보면 언제 사랑했는가 싶게 둔감해지는 것이 사람의 감정이다. 바로 이런 점을 치료에 이용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자신이 공포를 느끼는 대상이나 경험을 제 3자의 입장에서 관조하는 방법도 치료에 이용된다. 이 방법은 최대한 몸을 이완시킨 상태에서 불쾌한 기억을 떠올린 다음 자신을 그 상황으로부터 나오게 하여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좋지 않은 경험과 자신을 분리하게 시킴 으로써 불안증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불안증의 원인에 대해서 정신분석적 입장에서는 억제되었던 무의식적 욕망이 의식으로 들어오려 할 때 느껴지는 감정으로 본다. 이미 의식 속으로 받아들일 수 없어서 무의식으로 보내졌던 욕망인 만큼 그 정확한 실체를 직시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좀 더 수용하기 쉬운 다른 구체적인 대상으로 대치된 것이 불안의 정체라는 것이다. 주부들 가운데에는 외출하기 전에 몇 번씩이나 가스레인지를 확인하는 사람들이 있다. 분명히 밸브를 잠그고 나왔는데도 현관으로 가다가 돌아와서 확인하고, 집 밖으로 나가다 말고 다시 들어가 밸브를 쳐다본다. 물론 밸브는 잠긴 지 오래다. 길을 가다 보면 보도블록의 모서리를 밟지 않기 위해 무척 신경을 쓰면서 걷는 사람들이 있다. 손에 병균이 묻어서 불결한 거란 생각에 하루에도 몇 번씩 손을 닦지 않고는 못 견디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원하지 않는 어떤 생각이 끊임없이 떠올라 고통받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주부는 자기 아이에게 어떤 끔찍한 일이 일어날까 봐 심지어 아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오는 동안에도 온갖 상상 속에서 고통받는다고 한다. 이처럼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도 어떤 생각이나 행동을 자꾸만 되풀이하게 되는 것을 '강박장애'라고 한다. 앞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손을 씻는 사람을 예로 들면, 손에 병균이 묻었을까 봐 걱정하는 것은 '강박관념'이고, 손을 자주 씻는 것은 이 강박관념을 떨치기 위해서 나타나는 '강박행동'이다. 즉 강박행동은 강박관념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다.
강박관념의 내용은 대개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것들로서 성적이나 폭력적인 것들이 많다. 최근에는 다이어트 강박증이 새로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살찌는 것에 대한 공포와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증으로 인해 심하게는 음식을 거부하는 '거식증'을 동반하기도 하며 최악의 경우에는 목숨을 잃는 사태까지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강박증이 심해지면 일상생활까지 불가능해질 만큼 간단하지 않은 문제이지만 이에 대한 원인이나 치료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불안을 느끼는 마음을 안정시키기는 쉽지 않지만 객관적인 자료와 지식을 통해 자신이 느끼는 강박관념이 근거 없는 것임을 인지하면서 조금씩 강박행동을 줄여 나가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다. 비행기를 타면 극도로 불안해지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서 호흡이 곤란해지는 등 죽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서 항공편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 중 다섯 명에 한 명꼴로 심한 경우에는 실신 상태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별다른 이유 없이 갑자기 나타나는 불안 증상을 '공황발작'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증후 또한 심리 문제의 하나이므로 정신분석적 입장에서는 그 원인이 환자의 내부에 있다고 본다. 그러나 최근에는 뇌의 구조와 기능의 문제가 공황장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 전달 물질 시스템의 이상으로 인해 공황장애가 일어나기도 하며 전전두엽이나 측두엽 등의 뇌 구조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도 이상행동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공황장애는 주로 청년기 이후에 발생하는데 증세는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대체로 자연스럽게 완화되거나 사라지게 된다. 공황장애를 나타내는 사람들 가운데 절반가량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이므로 큰 문제를 유발하지는 않는다. 심한 증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약 10~20% 정도의 사람들이다.반응형'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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