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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미국에서 열린 월드컵 축구 대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콜롬비아와 미국의 경기 도중에 콜롬비아의 에스코바르 선수가 실수로 자책골을 넣고 말았다. 당시 콜롬비아는 축구황제 펠레가 우승 후보로 지목할 만큼 강력한 팀이었으나 16강 진출에도 실패하고 말았다. 물론 그것이 전적으로 선수 한 명의 책임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이 선수는 귀국 후 격분한 축구 팬에 의해 사살되는 비극이 일어났다. 본래 월드컵 축구 대회는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한곳에 모여 스포츠를 통해 우의를 다지며 협력하는 우호적인 축제이다. 초창기에는 이와 같은 국제적인 스포츠는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으므로, 이기고 지는 일은 부차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스포츠 정신이 퇴색하여 한낱 구호에 지나지 않게 되었으며, 모든 국가마다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 되었다. 국제경기에서의 순위가 그 나라의 국력과 자존심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는 자국을 대표하고 있으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꼭 이겨야 한다는 책임감이 두 어깨에 걸려 있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처럼 치열한 메달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것일까? 이는 스포츠가 국가 이익과 절대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개최국은 세계 대회를 치름으로써 국가 이미지를 홍보할 수 있고 여러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장기적인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선수나 관광객들을 유치함으로써 경제적인 이익을 도모한다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비단 이것만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하나가 되어 자국 선수들을 응원함으로써 결속력을 강화하며, 나아가서는 애국심이 함양된다는 것도 세계 대회의 큰 장점이다. 이런 장점은 국가의 체제 유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들에 더욱 큰 수확이 된다. 그래서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나라들은 스포츠에 역점을 두어 우수한 선수를 발굴하고 팀을 육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또 스포츠를 국가적으로 지원하며 응원함으로써 국민들의 불만이나 스트레스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효과도 있다. 지난날 독재 정권이었던 루마니아가 올림픽 체조 종목을 집중적으로 육성하여 관련 종목에서 강세를 보인 것도 바로 이런 영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 세계 대회가 선수나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참으로 엄청나다. 그래서 요즘은 스포츠심리학이나 군중심리학, 집단행동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는 추세다. 특히 스포츠심리학에서는 선수들이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기술을 향상할 수 있는가에 대한 훈련 방법이나 교수법, 시합 전의 불안이나 긴장감을 해소해 주는 정신 치료(Mental Care)에 이르기까지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앞서 콜롬비아 사건처럼 관전하는 측의 심리 연구는 군중심리학이나 집단행동 분야에서 행해지고 있다. 열광적인 스포츠 팬의 심리나 스포츠 관전이 가져오는 심리적 효과 등 흥미로운 연구도 많다. 거리를 걸어가다 보면 길바닥에 빈 깡통이나 담배꽁초, 다 보고 난 신문, 잡지 등이 마구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환경미화원이 아무리 땀을 흘려 청소해 놓아도 어느새 이러한 상황은 되풀이되고 만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특히 쓰레기가 집중적으로 버려지는 곳은 두 길이 교차하는 곳의 모퉁이라고 한다. 또한 전신주가 서 있는 곳, 인적이 드문 후미진 곳에 쓰레기가 압도적으로 많이 버려진다. 그런 곳은 쓰레기 더미를 철거하기가 바쁘게 새로운 쓰레기가 생겨난다고 한다. 이 '모퉁이 땅' '전신주' '인적이 드문 곳'은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려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심리적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그곳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어서…. '남들이 버렸으니까 나도……… 하는 식이 되어 쓰레기는 삽시간에 산을 이룬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쓰레기와 관련된 실험을 했다. 사람들이 오가면서 늘 쓰레기를 버리는 곳을 깨끗이 치운 뒤 그곳에 화분을 놓아서 예쁘게 장식해 둔 것이다. 야심한 밤이 되자 사람들이 쓰레기를 들고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깨끗하게 변해버린 거리를 보고는 대부분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고 그냥 들고 가는 것이었다. 이와 정반대의 실험도 있다. 멀쩡한 거리에 쓰레기를 한두 개 정도 버려두면 그곳이 나중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들로 가득 차게 된다.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살펴보면, 쓰레기가 없는 깨끗한 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적이 드문 전신주가 서 있는 모퉁이 길가를 깨끗하게 꾸며 놓든지, 아니면 차라리 쓰레기통을 설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똑같은 환경이라도 심리 상태가 다르면 받아들이는 방법도 다르다. 예를 들어, 옆집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는 그 아이의 어머니에게는 아름다운 소리로 들릴지 몰라도, 옆집 수험생에게는 소음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가끔 여행하거나, 방 안의 구조를 바꾼다. 이것도 무의식적으로 환경심리학을 응용하여 기분 전환하고자 함이다. 이처럼 사람의 심리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것이 환경심리학이다. 최근 들어 대기오염이나 쓰레기, 차량 혼잡, 주거 환경 등에 대해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으며,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환경심리학은 이러한 문제의 원인이 인간에게 있음을 지적하며,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이 연구는 작게는 도시 계획이나 생활환경의 정비, 도시 계획이나 건축물 개방에도 도움을 준다. 이와 같은 것들을 연구 대상으로 하면서 우리들이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 만들기 제안을 계속하는 것이야말로 환경심리학이 앞으로 해 나가야 할 큰 과제이다. 인구 과밀에 의한 주택 사정의 악화나 자연환경의 오염 등 각종 환경문제를 안고 있는 현대에 환경심리학의 응용 또는 공헌의 정도는 앞으로 더욱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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