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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인 측면에서 말한다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삶에 관한 공부를 하는 것이다. 갓 태어난 아기가 하는 일이란 먹고, 자고, 울고, 배설하는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세수하고, 단장한 다음 아침밥을 먹는다. 그러고는 출근 준비를 서두른다.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까?'하고 잠시 생각하다가 애인이 붉은색을 좋아하는 사실을 생각해 내고는 붉은색 옷을 입는다. 시계를 들여다보니 집을 나설 시각이 지나 버렸다. 이렇게 꾸물대다간 지각하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지하철을 타고 회사에 도착하여 간신히 지각을 면한다. 이어지는 일과는 사람들과의 관계와 업무 수행으로 분주하게 돌아간다. 아마 당신은 이러한 일을 매우 당연하게 여기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처럼 자주적으로 능숙하게 여러 가지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은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다. 사람의 행동은 모두 태어났을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배우고 경험한 학습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각하지 않으려고 총총걸음으로 지하철역에 달려가는 행위도 따지고 보면 과거에 그렇게 했더니 제시간에 전철을 탈 수 있었다는 경험 때문이다. 물론 신체의 성장이나 성숙에 의한 것 또는 약물의 복용이나 피로에 의한 것은 학습에 포함되지 않는다. 청소년이 사춘기에 접어들어 보이게 되는 2차 성장은 학습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모든 행동은 모두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해 배우고 인지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경험에 의해 행동이 바뀌고 경험의 결과에 의해서 또 다른 행동이 발생하는 것을 '학습'이라고 한다. 대다수 경우 사람들은 학습을 긍정적인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심리학에서 말하는 학습이란 꼭 좋은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 만일 아이가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그에 대해서 사실대로 이야기했을 때 부모로부터 심한 야단을 맞는 경험이 계속된다면 아이는 자기 행동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게 될 것이다. 사실대로 말하면 야단맞는다는 것이 학습된 것이다. 또한 아이가 학교를 쉬고 싶어서 꾀병을 부리는데 어머니가 감쪽같이 속아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재미가 붙어서 자기가 필요할 때마다 꾀병을 부리게 된다. 이것 또한 역시 학습에 속한다. 무기력하다는 것은 희망이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사람은 현재 아무리 고통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어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는 동안은 견딜 수 있다. 그러나 희망을 잃게 되는 순간 인간은 무기력해지고, 심하면 죽음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무기력의 상태 또한 경험에 의해 학습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람이 있다. 심리학자 셀릭만은 1975년, 개의 공포 반응 실험을 통해 무기력이 학습될 수 있으며 절망이 무력감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심리적 현상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셀릭만은 개를 A, B, C 세 집단으로 나누어 전기 충격이 가해지는 상자에 넣고 각각 다른 조건으로 첫 번째 실험을 했다. 우선 A 집단에는 조작기를 누르면 전기 충격을 멈출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켰다. B 집단은 몸을 묶어 놓은 채 옴짝달싹 못 하고 충격을 받게 시켰다. C 집단 또한 상자 안에 넣어졌지만 그들에게는 아무 일도 없었다. 24시간 후 이 세 집단을 모두 다른 상자에 옮겨 놓고 전기 충격을 주었다. 이번에는 세 집단 모두 동일한 조건이었으며 앞서와 달리 누구든 원하면 상자 가운데에 있는 담을 넘어 충격을 피할 수 있었다. 실험 결과 도피 훈련했던 A 집단과 아무런 전기 충격의 경험이 없던 C 집단은 담을 넘어 충격을 피했다. 그러나 B 집단의 개들은 그냥 웅크리고 앉아서 전기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B 집단의 개들은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달아나지 않은 것은 훈련 과정에서 이미 자신들이 어떻게 해도 전기 충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A 집단의 개들과 같이 조작기를 누름으로써 전기 충격을 피할 수 있다면 그들은 충격에 대해서 통제력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B 집단의 개들은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셀릭만은 침팬지와 인간에게도 비슷한 실험을 실시하여 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무력감이 학습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사람에 관한 실험도 A, B, C 세 그룹으로 나누어 이루어졌는데 A 그룹에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B 그룹에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를, C 그룹에는 아무 문제도 주지 않았다. 다음으로 모든 집단에게 불쾌한 소음을 준 뒤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장소를 옮겨야 하는 상황을 줬다. 결과는 개와 마찬가지로 나왔다. A와 C 집단은 소음을 피하는 방법을 찾아냈으나 B 집단은 도피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그냥 소음을 받아들였다. 인간은 통제력을 상실하면 절망에 빠지기 쉽다. 그런데 인간의 절망도 학습의 결과이다. 통제력을 잃게 되면 사람들은 자신감을 상실하고 우울증으로 발전하다가 극단적인 경우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더욱이 욕구불만과 세상에 대한 피해 의식으로 인해 공격적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무기력하게 되었던 원인을 찾아서 그것을 바꾸면 가능할 수도 있다. 앞에서 셀릭만의 실험에서 B 집단의 사람과 개들이 무기력에 빠지게 된 원인은 무엇보다 자신이 그 상황을 통제할 수 없었다는 데 있다. 따라서 먼저 자신이 처한 상황이 완전히 통제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가령 수십 번씩 면접시험에 떨어지는 등 취직이 안 되어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면 눈높이를 낮추어서라도 일단 취업을 한 뒤에 점차 경력과 실력을 쌓아 자신이 원하던 일에 다시 도전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다음으로, 절망이 학습된다면 희망 또한 학습될 수 있는 것이므로 작은 일이라도 성공하는 체험을 늘려가야 한다. 너무 어렵거나 무모한 목표를 세워 좌절하기보다는 자신이 충분해 해낼 수 있는 정도의 목표를 설정해서 성공을 경험하는 것이 통제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자녀를 기르는 부모라면 아이들에게 너무 어려운 과제를 주어 자포자기하게 만드는 것보다 쉬운 것이라도 성공할 기회를 많이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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